“저는 확신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 사람들은 명쾌한 답을 원합니다. 그러나 정준희 교수는 오히려 ‘확신’이 아니라 ‘좌표’를 이야기합니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내가 가진 생각은 얼마나 검증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 그렇게 시작된 프로그램이 바로 <정준희의 논>입니다.
문제적 인간이란 무엇인가
‘문제적 인간’이라는 표현은 다소 낯설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단순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존재. 기존 질서와 충돌하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체제를 되묻게 만드는 사람.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이라는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물입니다.
문학평론가 루카치는 근대 소설의 주인공을 ‘문제적 개인’이라 불렀습니다. 혁명과 전쟁, 질서의 붕괴 속에서 자신의 신념 하나로 길을 찾아가는 존재. 그 과정에서 부서지기도 하고, 새로운 질서를 열기도 합니다.
정준희 교수가 김어준을 ‘문제적 인간’으로 호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어준은 왜 문제적 인간인가
김어준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 미디어 지형의 ‘경계’에 서 있던 인물입니다.
1998년 딴지일보 창간. 인터넷 패러디 매체라는 새로운 장르의 실험. “개인이 곧 매체다”라는 선언은 이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유튜브 기반 방송, 그리고 ‘뉴스공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늘 묻습니다.
“가능한데 왜 안 하지?”
기자 수백 명, 거대 자본 없이도 개인이 권력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공간이 생겼는데 왜 시도하지 않느냐는 질문. 이는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미디어 권력 구조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관점인가, 편향인가
김어준을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관점’과 ‘편향’의 문제입니다.
그는 “관점 없는 뉴스는 연합뉴스로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시사 프로그램이라면 뉴스를 어떻게 볼 것인지, 어떤 해석을 제시할 것인지 분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지점에서 음모론 논란이 등장합니다. 그는 “입증되기 전까지 모든 추론은 본질적으로 음모론”이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저널리즘에는 권력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추론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 태도는 비판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선거 제도든, 국가 권력이든, 기성 질서든 완전하다고 전제하는 순간 개선은 멈춘다는 논리입니다.
기성 미디어를 흔든 방식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은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습니다.
기존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이 ‘객관성’을 명목으로 관점을 숨겼다면, 그는 오히려 관점을 전면에 드러냈습니다. 그 결과 정치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플랫폼이 되었고, 아침 라디오 시사 시장 자체를 확장시켰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기의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 소비 방식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대중 매체 시대에서 플랫폼 시대, 개인 매체 시대로의 전환.
김어준은 그 경계에서 실험을 반복해 온 인물입니다.
영향력에 대한 그의 태도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를 ‘중요한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에도 그는 “중요해질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쓰지도 않습니다. 운이 9할, 나머지는 버텨낸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자기 과시라기보다 일종의 거리 두기처럼 보입니다. 스스로를 신비화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늘 중심에 서게 되는 인물.
문제 인간이 남기는 질문
정준희 교수의 기획 의도는 명확합니다.
김어준을 영웅으로 만들거나 악당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를 읽어내자는 것.
왜 그는 늘 논쟁의 중심에 서는가? 왜 기성 미디어는 그를 분석하기보다 조롱하거나 무시하는가? 왜 일부는 무조건적 신뢰를, 또 일부는 강한 혐오를 보내는가?
이 질문들은 결국 우리 사회의 미디어 권력, 정치 권력, 그리고 대중 심리의 구조를 향합니다.
정준희의 논이 던지는 의미
이 프로그램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하루를 마감하며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문제적 인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곧 우리가 속한 사회의 수준을 드러냅니다. 김어준이라는 인물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팬덤과 비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현재 좌표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어준은 문제를 만드는 인물인가요, 아니면 문제를 드러내는 인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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